시골카페에서 부치는 '시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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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철학

"즐겨야 이긴다"

시골편지 2025. 4. 30. 21:58

 
봄이 무르익어 나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마당과 텃밭에 풀이 정신없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풀과의 전쟁, 서막이 올랐습니다.
 
작업복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마당에서 일하다 보면, 흙투성이 차림으로 손님을 맞는 일도 많습니다.
 
도시에서 온 손님들은 카페와 마당을 둘러보며 “예뻐요!”라며 말을 건넵니다. 그중에는 “부러워요.”라는 낭만파도 있고, 곁에서 “이거 관리하려면 얼마나 힘든데…”라 말하는 현실파도 있습니다.
 
가끔 친구나 친척들도 찾아옵니다. 마당에서 쟁기와 공구를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그 고생을 왜 사서 하느냐!”며 측은해 하기도도 합니다. 특히 마당이나 텃밭에서 일하는 아내를 본 이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자네 집사람 힘들겠다. 그만하라고 해.”
“이런 시골에서 심심해서 어떻게 사냐?”
 
걱정해주는 말이겠지만, ‘산골 마을에서 혼자 심심하게 마당일 하는 여자’ 정도로 보는 말투입니다.
 
그럴 땐 괜히 내가 아내를 고생시키는 못난 남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레 말을 꺼내봅니다.
 
“친구가 당신 풀 뽑는 거 보고 힘들겠다던데, 그만하지?”
“그런 건 사람 불러서 하자.”
 
하지만 아내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왜 그만둬?”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남한테 시켜? 나이 들어 꼬부랑 할머니 돼도 할 거니까 걱정 말어!”
 
맞는 말입니다. 땡볕 아래에서 풀을 뽑고 화단을 가꾸는 일, 텃밭을 일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체질에 맞으면 즐겁습니다. 그게 바로 ‘시골 체질’, ‘전원생활 체질’입니다.
 
카페를 열고 나서는 시골생활이 더 바빠졌습니다. 마당은 제대로 손도 못 대고, 풀도 제멋대로 자랍니다. 걸리적거리지 않으면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식물도, 사람도 각자 제 몫대로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마당일을 하는데 마댱냥이가 도와주지는 않고 잔소리만 엄청 하며 간섭하네요. 화분이라도 하나 들어 옮겨주든가~~^^

 
“시골에 살면 심심하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시골에는 생각보다 할 일이 많습니다. 찾아보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심심할 틈도, 외로울 짬도 없습니다. 카페까지 하다 보니 더 바쁩니다.

물론, 시골에서도 조용히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혼자만의 외로움을 즐기려 귀촌한 분들은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고요함을 만끽합니다. 그분들에겐 그런 고요가 오히려 큰 위로가 됩니다. 그들에게는 외로움도 마약입니다.
 
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지지자 불여 호지자, 호지자 불여 낙지자)란 말이 있습니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좋아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고수는 즐깁니다.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생활의 질을 높여 삽니다.
 
요즘은 시골생활이나 귀농·귀촌 관련 정보도 넘쳐나고, 교육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열심히 챙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는 사람(知之者)’입니다. 알 뿐입니다.
 
잘 가꿔진 마당을 보고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好之者)’입니다. 막상 본인이 참여해 직접 해보려면 두렵습니다. 그건 다른 이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기는 사람(樂之者)’은 직접 합니다. 내 마당을 만들고, 삽을 들고 나무를 심고 호미를 쥐고 풀을 뽑으며 기쁨을 느낍니다. 체질에 맞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집을 꾸미고 마당을 가꾸는 일, 카페를 열고 손님을 맞는 일… 이 모든 일이 쉽지는 않지만, 즐기면 오래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진짜 행복입니다.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즐길 줄 아는 이의 삶이 결국 성공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