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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카페에서 부치는 '시골편지'
커피맛은 폼이여! 본문

산마을서 카페를 시작할 때, 커피는 구색 맞추기 사이드 메뉴였다. 도심의 유명 커피 전문점 맛을 쫓아갈 자신도 없었고, 또 차별화를 위해 인근서 구할 수 있는 과일이나 야채 등을 이용한 음료가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
그래서 커피머신기도 없이 무쇠솥에 직접 로스팅한 커피로 핸드드립만 고집했다. 핸드드립이라 하여 거창한 것은 아니고 집에서 내려 마시는 수준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그만큼 커피 메뉴의 존재감을 무시했는데 손님들이 늘자, 커피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노골적으로 어떻게 커피머신기도 없이 카페를 하냐고 말하는 손님도 있었고, 카페라떼도 없는 카페가 있냐며 짜증 내는 손님들도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정말 몰랐다. 멀리까지 찾았다 카페라떼 없다는 말에 그냥 가버리는 손님들을 보며 생각을 바꿔 머신기를 구입했다.
지금은 머신기로 내린 에스프레소는 물론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메뉴도 있지만, 무쇠솥으로 로스팅한 핸드드립커피는 여전히 건재하다.
혼자 커피를 즐길 때는 갈아서 물 붓고 내려 마시는 정도로 만족했지만, 카페에서 손님용으로 내리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커피에 대한 공부를 했다. 커피 생산지와 건조 방식에 따라 어떤 맛을 내는지도 알았고, 또 로스팅 정도와 커피를 갈아내는 굵기, 내리는 방식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았다. 여러 가지 커피를 섞는 블랜딩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 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하여 질이 안 좋은 커피, 상한 커피 맛은 알아챌 정도는 됐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커피맛이 좋은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내가 좋다 해도 다른 사람 입맛에 안 맞고, 내 입맛에 별로인 것을 좋다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각각의 맛은 있어도 누구에게나 맞는 맛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서울 강남에서 커피 전문가를 넘어 대가를 만났다. 마니아급 대가가 아니라, 커피 수입 및 로스팅, 커피점 운영 등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람이다. 다양한 곳에 커피를 공급하고 또 스스로 커피점을 하고 있으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보는 눈도 탁월했다. 처음 대화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교과서적 얘기였는데, 어느 정도 친해지니 정도에서 벗어난 얘기도 했다.
“맛 좋은 커피는 어떤 커피냐?”는 질문에 “내리는 사람 폼”이란 답이 돌아왔다.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 하자니 “커피 맛은 기본이고, 내리는 사람이 폼 잡고 내리면 커피는 맛있어요!”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폼이란 것은 커피에 대한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포장해 설명할 수 있고 또 내리는 분위기란 설명이다. 분위기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지금 얘기하려면 길어지기 때문에 상상에 맡긴다.
손님이 많을 때는 메뉴 만들어 나가기 바쁜 카페에서 손님 하나 하나 붙들고 폼 잡을 수 없는 노릇이니 그건 이미 엇박자가 났다.
대신 스토리가 있는 커피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가마솥 누룽지 커피’를 만들었다. '가마솥은 누룽지가 제격'이란 생각에서 였다. 이미 무쇠솥 로스팅 커피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룽지만 붙으면 됐다. 쉬웠다. 커피 개발자가 된 것이다. 개발하고 나니 맛도 그럴듯 했다. 거기에 ‘시골집 가마솥에 누룽지 맛 커피’란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올 1월, ‘가마솥누룽지커피’를 카페 메뉴에 추가했는데 반응이 좋다. 카페에서 시켜 마시고 돌아갈 때 차에서 마시겠다며 테이크아웃 해 가기도 하고, 집에 있는 아버지한테 드리겠다며 한 잔 더 만들어 가는 손님도 있고, 마셔본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말하는 손님도 있다. 앞에서는 좋은 말만 할 거라 여겨 반만 믿기로 했다.
커피 진심의 맛을 찾는 사람에게는 이도 저도 아닌 커피맛이거나 숭늉맛일 수도 있지만, 내 입에 맞는 커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맞는 맛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맛보다 폼이 더 좋기 때문이다.
* 사진은 '가마솥 누룽지 커피'를 만든 후 조각도로 도장돌에 새긴 로고용 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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