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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카페에서 부치는 '시골편지'
보리수 익는 날 본문


밤새 내리던 비가 그쳤다. 비맛을 본 마당 보리수의 농익은 모습이 더욱 탐스럽다. 딸까 하다 고민이 생겼다.
익은 열매가 아까워 따 놓으면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버리는 수가 많다. 그냥 두면 카페 손님들의 눈요기 거리라도 될 수 있다.
전업농이 아니면서 조그만 마당이나 텃밭에 채소나 과일나무를 심어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세 부류로 나뉜다.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추수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이다.
추수해 먹는 것까지 마무리하면 고수지만, 거기에는 관심이 없고 마냥 가꾸는 재미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많다. 추수한 것을 자신이 다 소화할 수도 없고, 내다 팔 것도 못 되니 남에게 퍼 준다. 그것도 안 되면 그 자리에서 썩어 거름이 된다.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식물이 자라고 꽃이 펴 열매 맺히는 것을 보는 재미가 크다. 추수해 먹겠다는 것보다 그 재미로 가꾼다. 마당을 서성이는 카페 손님들은 순전히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 꽃 저 꽃, 이 나무 저 나무를 보며 즐긴다. 먹겠다고 슬쩍 따 가는 사람들도 없다. 간혹 어떤 맛일까 하여 한 알 따 입에 넣는 사람은 있어도...
보리수 나무의 농 익은 열매를 따서 입을 채우는 음식으로 써야 하나, 아님 손님들 보라고 둬야 하나를 고민하는 이유다.요즘은 입보다 눈을 채우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화의 발달 혹은 발전이 아닐까 여긴다. 허기진 위장을 채울 것만 찾던 야만인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눈과 귀를 열 줄 아는 문화인으로 발전한 것이다. 먹는 것이 해결되고 나니 보고 듣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60년대 이전 생들은 당대에 이런 발전을 체감했다. 실감은 못 해도 어느 순간 삶의 질은 입에서 눈, 귀로 옮겨갔다.
눈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문화인이고 삶의 질도 높다. 물론 내 생각이다.
야만인이 아닌 문화인인 척을 하기 위해, 익은 보리수를 따 배를 채우기 보다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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